재물이 들어오는 꿈 — 고전이 길하게 본 부(富)의 조짐
밤사이 본 꿈 한 자락에 마음이 오래 머무는 날이 있습니다. 특히 무언가를 거두어들이거나, 집이 번듯해지거나, 짐승을 잡아 들이는 꿈이라면 "혹시 좋은 일이 들어오려나" 하는 기대가 슬그머니 듭니다. 옛사람들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주공해몽(周公解夢)을 펼쳐 보면, 재물과 부귀를 길한 조짐으로 읽은 풀이가 유난히 여러 상징에 걸쳐 흩어져 있습니다. 다만 미리 일러두자면, 고전이 이들을 '부(富)의 갈래'로 묶어 한데 분류해 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그렇게 흩어진 풀이들을 읽는 이의 편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아 보았을 뿐, 그 묶음 자체는 옛글의 분류가 아니라 이 글의 편집입니다. 그리고 적힌 풀이는 어디까지나 옛 문헌의 결을 옮긴 참고이지, 실제 재물을 약속하는 점괘가 아닙니다. 재미와 참고로 가볍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안으로 드는 그림, 차오르는 그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뱀입니다. 흔히 "뱀에게 물리면 재물이 들어온다"는 말이 떠도는데, 검수본을 들여다보면 결이 조금 다릅니다. 蛇蛟人主得大財, 곧 "뱀과 교룡을 본 사람은 큰 재물을 얻는다"라는 항목에는 사실 '물린다(咬)'는 글자가 없습니다. 뱀과 교룡을 본 것만으로 큰 재물을 얻는다고 적혀 있을 뿐인데, 옛글은 이를 재물이 드는 길한 조짐으로 보았습니다. 두려운 형상도 풍요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옛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더해 龍蛇入門主得財 — "용이나 뱀이 문으로 들어오면 재물을 얻는다"는 풀이도 있으니, 안으로 드는 움직임을 들어오는 복으로 풀이한 셈입니다.
물이 차오르고 불이 일어나는 그림도 길하게 읽혔습니다. 우물 항목의 井中沸溢主得財는 "우물물이 끓어 넘치면 재물을 얻는다"고 보았는데, 옛 풀이는 이를 풍요와 재운이 차오르는 길조로 읽으면서도 결과를 단정하기보다 기운의 흐름으로 헤아리라 일러 둡니다. 불 항목의 火焰炎炎主發財 역시 "불꽃이 활활 타오르면 재물이 인다"는 상이지만, 반드시 그리 된다 못 박기보다 좋은 기운이 비친 꿈으로 마음 든든히 품으라는 결로 적혀 있습니다. 물고기도 마찬가지여서, 群魚游水主有財 — "물고기 떼가 물에서 헤엄치면 재물이 있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무리 지어 자유로이 노니는 풍성함을 재물이 모여드는 조짐으로 헤아린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물고기 항목의 풀이는 '主'라는 글자가 단정이 아니라 그러한 기운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짚어 두는데, 사람이 물고기를 손수 잡아 먹을 복을 본 人捕魚主食皆吉 항목에서도 같은 결로 일러 둡니다. 결과를 못 박기보다 기운의 방향을 비춘다고 읽으면 좋겠습니다.
거두어 들이는 손, 높아지는 자리
부의 조짐은 가만히 들어오는 것만이 아닙니다. 손수 거두어들이는 일에도 깃듭니다. 소를 다룬 항목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殺牛食肉主生財는 "소를 죽여 그 고기를 먹으면 재물이 생긴다"는 상인데, 옛 풀이는 살생의 장면이 도리어 재물운으로 풀이된 점을 흥미로운 대목으로 짚습니다. 殺牛鹿者大富貴 — "소와 사슴을 죽이면 크게 부유하고 귀해진다" 역시 두려운 장면이 오히려 풍요로 뒤집히는 상징으로 읽혔습니다. 牽牛上山主富貴 — "소를 끌고 산에 오르면 부귀해진다"처럼, 재물과 지위가 나란히 높아지는 그림도 함께 담겨 있지요. 돼지 역시 재물의 짐승이어서, 殺豬豖者大吉利 곧 "돼지를 잡으면 크게 길하고 이롭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돼지 항목은 소를 다룬 항목들과 달리 '살생이 풍요로 뒤집힌다'는 반전의 결까지 풀어 두지는 않고, 그저 손수 잡는 일을 크게 길하고 이로운 조짐으로 본 데서 그칩니다.
가까이 무언가를 들이는 손길도 길하게 읽혔습니다. 나무 항목의 擔木來家得財喜는 "나무를 지고 집에 오면 재물을 얻어 기쁘다"는 상으로, 손수 무언가를 거두어 들이는 노력의 결실을 기대해 봄 직한 길조로 전해집니다. 산 항목의 山行得財有福緣은 "산길을 가다 재물을 얻으면 복된 인연이 있다"고 보아, 뜻밖의 얻음 뒤에 좋은 연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자리가 높아지는 쪽으로는 집의 上屋主富出園吉 — "지붕에 오르면 부유함을 얻고 동산을 나서도 길하다"가, 문의 門戶高大主富貴와 新開門戶大富貴 — "문이 높고 크면, 또 문을 새로 내면 부귀해진다"가 함께 어울립니다. 운이 드나드는 길목인 문이 크고 새로우면 그만큼 들고 나는 복도 넉넉하리라 본 것이지만, 옛 풀이 자체가 결과를 못 박기보다 새 시작을 반기는 뜻으로 받아들이라 일러 둡니다. 칼을 다룬 帶刀劍行有財利 — "칼과 검을 차고 다니면 재물과 이익이 있다"는, 갖추고 든든히 채비한 자에게 이로움이 따를 수 있다는 격려로 읽힙니다.
단정 대신 헤아림으로
이렇게 모아 놓고 보면, 옛사람들이 부(富)를 단지 돈의 많고 적음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 어렴풋이 드러납니다. 가만히 들어오는 움직임, 차오르는 풍성함, 거두어들이는 부지런함, 높아지는 자리 — 재물의 조짐은 늘 어떤 '결'과 함께 그려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같은 상징이라도 방향이 어긋나면 풀이가 뒤집히기도 합니다. 칼을 차면 재물이 따른다 했지만 失落刀劍主破財, 곧 "칼과 검을 잃어버리면 재물을 잃는다"고 본 것처럼 말이지요. 들이는 그림은 길하게, 잃는 그림은 흉하게 가른 옛글의 균형 감각이 여기서 잘 보입니다.
그러니 이런 꿈을 꾸셨다면, "반드시 부자가 된다"는 식의 단정으로 받기보다, 전통적으로 좋게 여겨져 온 기운이 비쳤다는 정도로 가볍게 품으시길 권합니다. 옛 풀이는 미래를 못 박는 점괘라기보다,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비추는 오래된 거울에 가깝습니다. 무언가를 거두고 채비하고 한 걸음 올라서려는 지금의 마음에, 옛글의 따뜻한 격려 한 자락이 닿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혹 간밤의 꿈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해몽을 받아 보시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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